안녕하세요!
오늘은 필리핀 퀘손시티의 심장부, 필리핀대학교(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캠퍼스에 위치한 아주 특별한 장소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바로 ‘UP Carillon Tower(UP 카리용 타워)’와 그 속에 담긴 오래된 종들의 이야기인데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필리핀 민주주의의 역사와 문화, 예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상징적인 유산입니다.
*** 목차 ***
UP Carillon Tower란?
숨은 문화유산, 원래의 종들
역사의 현장, ‘소리로 외친 저항’
사라졌다 돌아온 이야기, 복원 그 이후
UP Carillon Tower를 가기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
결론
UP Carillon Tower란?
UP Carillon Tower는 1952년, 당시 대통령이자 UP 동문인 엘피디오 키리노(Elpidio Quirino)에 의해 개장된 필리핀 최초의 대학용 타워형 카리용(carillon)입니다.
카리용은 건축물이면서도 동시에 악기이기도 한 특별한 구조물로, 최소 23개의 종이 연결되어 연주되는 대형 퍼커션 악기입니다. UP의 카리용에는 처음에 무려 46개의 청동 종이 설치되었으며, 네덜란드의 반 베르헨 종 주조소(Van Bergen Bellfoundry)에서 제작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종은 무게가 약 5톤에 이르렀다고 하네요!
이 타워는 40미터 높이로, UP 캠퍼스 내 다른 모든 건축물들이 이보다 높게 지어질 수 없다는 규정이 있을 만큼 중요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숨은 문화유산, 원래의 종들
세월이 흐르며 이 특별한 종들은 점차 마모되었고, 1988년에 마침내 철거되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 귀한 종들은 폐기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이 ‘원래의 종들’은 캠퍼스 인근의 빌라모르 홀(UP Theater/Villamor Hall)에 전시되어 있는데요, 건물 입구의 오른편에서 가장 작은 종들부터, 계단 아래 숨은 공간까지 다양한 크기의 종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종들은 단순한 진열물이 아닙니다. 소리로, 우리가 걸어온 시간을 증언하는 목소리이죠.
역사의 현장, ‘소리로 외친 저항’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 필리핀은 마르코스 정권 하에서 정치적 격동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1970년의 ‘퍼스트 쿼터 스톰(First Quarter Storm)’은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대거 일어선 대규모 시위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당시 UP 딜리만 캠퍼스는 자치구 ‘Diliman Commune’으로 잠시 정부 통제를 벗어난 독립 국가처럼 운영되었습니다.
이때 UP Carillon의 종은 단순한 음악 연주용이 아니었습니다.
학생들과 활동가들은 종을 울려 시위의 시작을 알리고, 위급 상황을 경고하며, 사회에 항의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말 그대로 타워는 캠퍼스 내 민주주의 투쟁의 심장처럼 뛰고 있었던 셈이죠.
비슷한 사례로는 멕시코 시티의 ‘라 피에드라 델 68(La Piedra del 68)’이라는 장소가 있는데요. 이곳 역시 학생 반정부 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단순한 돌이지만, 수많은 이들의 기억과 의지가 깃든 상징물이 되었습니다.
사라졌다 돌아온 이야기, 복원 그 이후
우리 시대의 많은 문화유산이 그러하듯, 이 종들도 시간의 흐름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은 아닙니다.
2000년대 들어 시민과 동문들의 기금 모금 활동을 통해 네덜란드의 ‘Royal Bellfoundry Petit & Fritsen’에서 새롭게 36개의 종이 제작되었고, 2008년 필리핀대학교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지금의 UP Carillon에 다시 설치되었습니다.
새로운 종은 기존의 방식보다 효율적인 전자 시스템으로 제어되고 있어, 매일 오전 7시와 오후 5시에 필리핀 전통 가곡이나 UP의 교가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UP Carillon Tower를 가기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
오늘날, UP Carillon Tower는 외부 방문객이 내부로 출입하기는 어렵지만, 외관 관람은 자유롭게 가능합니다. 다만, 종들이 전시된 빌라모르 홀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개되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 유산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 위치: Magsaysay Ave, Diliman, Quezon City, Philippines
🕒 운영 시간: 월~금 8AM – 5PM
🛑 타워 내부 출입은 제한됨
이곳을 방문하신다면,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서 소리로 대화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결론
UP Carillon Tower와 원래의 종들은 단순한 예술품, 건축물이 아닙니다. 이곳은 시대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문화와 저항, 예술이 하나 되는 공간입니다. 여행으로든, 연구로든, 혹은 단순한 호기심에서건, 이 타워를 찾는 이들은 분명 그 안에서 또 다른 울림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종소리’는, 과거의 선조와 후손 사이를 잇는 가장 감정적인 매개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필리핀을 방문하실 계획이라면, 숨겨진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이 감동의 공간도 여행 버킷리스트에 꼭 추가해 보세요. 🔔🎓🇵🇭
또 다른 이야기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