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만나는 일본의 기억, 그리고 영혼 — 홍마오항 보안사
여행 중 정말로 기억에 오래 남는 장소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이나 유명 관광지만이 아닙니다. 어떤 장소는 그곳만의 ‘사연’을 품고 있기에 더 특별하고, 어떤 장소는 시간이 쌓여 만든 의미가 공간 그 자체가 되기도 하죠. 오늘 소개해드릴 곳은 바로 그런 장소입니다.
대만 가오슝시에 위치한 ‘홍마오항 보안사(紅毛港保安宮, Hongmaogang Baoan Temple)’. 겉보기엔 그냥 조용한 사찰 같지만, 그 안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역사적 감정과 인간적인 연결, 그리고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녹아 있습니다.
📌 목차
- 홍마오항 보안사는 어떤 곳인가요?
- 이 곳만의 특별한 역사
- 일본과의 깊은 인연
- 현실과 전설이 공존하는 이야기
- 결론: 단순한 사찰이 아닌, 이야기의 집합소
홍마오항 보안사는 어떤 곳인가요?
가오슝 공항 근처, 항만 지역 뒷골목에 자리한 홍마오항 보안사는 단순한 사찰이라기보다는 시간과 문화가 응축된 ‘상징’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목조건축이 빼어난 일본식 건물이지만,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더 놀랍습니다. 대부분의 절에서는 염불이나 범패가 흘러나오지만, 이곳에서는 일본 군가인 ‘군함행진곡(Gunkan kōshinkyoku)’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이 사찰에서 일본 제국 해군의 해상 순시정 함장, 타카타 마타오(高田真雄) 대령의 영혼이 안치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단순한 종교 공간이 아닌, 실제 전쟁의 희생자와 다시 연결되는 장소이자, 일본과 대만 역사 간극의 접착점이기도 합니다.
이 곳만의 특별한 역사
홍마오항 보안사는 원래 ‘음묘(陰廟)’로 시작했습니다. 음묘란, 이름 없는 죽은 자들을 위한 사당입니다. 이곳은 1946년, 현지 어부들이 해변에서 정체불명의 해골 하나를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1944년 임무 중 침몰한 일본 함정 ‘요모기 38호’(Yomogi / Patrol Boat #38)의 함장의 해골로 추정되었습니다.
이후 어민들은 그를 ‘해의 대장군(海的將軍)’으로 부르며 사당을 세웠고, 자신들의 기억 속 전함을 본떠 목조함선을 만들어 헌납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당은 항구 확장 공사로 2013년 현재 위치로 이전됐으며, 후에 일본 측의 역사 조사로 정확한 인물 정보가 확인되면서 정식으로 ‘타카타 마타오 대령’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일본과의 깊은 인연
어쩌면 이곳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경내에 세워진 전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동상일지도 모릅니다. "타이완의 영원한 벗"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 동상은 2022년에 세워졌고, 2023년에는 부인 아키에 아베 여사가 직접 방문해 헌화를 하기도 했죠. 이 사건은 일본 현지 뉴스와 대만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었으며, 그 이후 이 사찰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이색 명소로 부상했습니다.
이런 예는 흔치 않습니다. 현대 정치인의 동상이 외국의 사찰에 세워지고, 그것이 역사적 인물의 영혼을 모신 장소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 공간은 현대사와 종교, 그리고 외교적 상징까지 아우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과 전설이 공존하는 이야기
가장 극적인 장면은 2023년 8월, 타카타 대령의 81세 아들이 이곳을 방문한 순간이었습니다. 살아생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버지의 혼령이 잠드는 자리, 그리고 그 앞에서 눈물지은 아들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 강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일본 오사카의 ‘일심사(一心寺)'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믿는 이들이 고인들의 유골로 만든 '골불(骨佛, Bone Buddhas)'을 모십니다. 하지만 홍마오항 보안사가 다른 점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의 흔적을 '이해'와 '축제'의 공간으로 승화시켰다는 데에 있습니다.
결론: 단순한 사찰이 아닌, 이야기의 집합소
홍마오항 보안사는 단순한 종교적 건축물이 아닙니다. 이곳은 전쟁과 죽음, 상실과 화해, 국가 간의 역사 마찰을 이해와 추모의 무대로 바꾸는 장소입니다. 일본이 남긴 역사의 상처를 대만의 공동체가 어떻게 품고 의미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이야기의 집합소라 할 수 있습니다.
혹시 가오슝을 여행하신다면, 이곳을 꼭 들러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관광지로는 조금 숨겨져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어떤 관광 명소보다도 ‘깊은 울림’을 남겨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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